스크래치는 MIT 미디어랩에서 2006년에 개발한 교육 도구다.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 원리를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선 교육대학 및 사범대를 중심으로 활용사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6월28일에는 스크래치를 배울 수 있는 행사 ‘2014 스프링 스크래치 데이 인 코리아’가 MIT 미디어랩 주최로 열렸다.
2014 스크래치 데이 행사엔 180명여명의 초등·중학생이 참여했다. 국내에서 스크래치 행사가 열린 건 이번이 8번째다. 스크래치 인지도는 아직 낮은 편이지만 행사가 열릴 때마다 관심은 뜨겁다. 지금까지 누적 신청자 수는 6천명에 이른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선관 경인교대 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올해에도 더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열려고 했으나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행사가 미뤄지면서 규모를 조금 축소했다”라며 “이번엔 1천여명이 넘는 학생이 신청했으나 부득이하게 180명만 무작위로 추첨해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6월 28일 행사는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중학생으로 나눠 수준별로 수업을 제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보드게임이나 미로게임으로 알고리즘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했고, 초등학교 고학년에겐 스크래치를 이용해 화면에 캐릭터가 말을 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중학생은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체험했다.
스프링 스크래치 행사에 참여한 10여명의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대체로 학년과 성별에 무관하게 스크래치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초등학교 기초반에서 보드게임을 통해 프로그래밍을 배웠던 ㄱ 학생은 “오늘 수업은 하나도 안 어렵고 재미있었다”라며 “선생님이 이걸 배우면 나중에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궁금하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날 강사로 참여한 김지현 엔트리 대표는 “미국에선 스크래치가 일종의 게임처럼 재미를 얻기 위해 사용되지만, 한국에선 수학이나 과학 원리를 학습할 수 있게 확대되고 있다”라며 “한국형 교육 방식으로 진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스프링 스크래치 데이 행사는 매번 매진될 정도로 인기 있는 행사다. 하지만 아직 학부모에게 스크래치와 코딩교육은 낯설게 비치는 모습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스크래치를 처음 들었으나 학교에서 제공한 공문을 통해 행사를 접했다고 했다. 또 대부분 영재수업반 학생이 참여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ㄴ 학부모는 “우리집도 나름 정보력이 빠르다고 생각하는데, 코딩교육이나 스크래치에 대해선 처음 듣는다”라며 “하지만 오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흥미를 갖는다면 계속 지원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김수환 미래인재연구소 선임연구원(총신대 교양교직과 교수)은 “스크래치는 모든 학생들을 위한 수업 도구이지, 영재 수업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다만 영재교육을 하는 학부모들 커뮤니티가 워낙 탄탄해, 이런 수업에 대한 입소문이 빨리 돌아 많이 신청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날 행사에는 스크래치를 활용한 하드웨어 개발도구들도 시연됐다. 스크래치와 립모션 센서 보드로 탱크를 움직일 수 있는 교육도구를 만들었고, 스크래치로 로봇을 움직이는 도구도 선보였다.
한선관 소장은 “앞으로 농어촌 지역 학교나 다문화 가정에 직접 찾아가 스크래치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온라인에 수업이 무료로 공개돼 있어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스크래치를 배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인재연구소는 ‘주니어 소프트웨어’란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스크래치 활용법을 전하고 있다.
- 스크래치로 로봇을 움직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 D 센싱 도구 ‘립모션’과 하드웨어 칩을 스크래치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등도 스크래치와 쉽게 연동시킬 수있다.
“수업이 재미있어야 코딩 교육도 성공한다”
국내 어린이 코딩 교육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그나마 활발한 투자를 하는 곳이 교육대학이다. 경인교대에 미래인재연구소는 2008년부터 코딩 교육에 대해 적극 관심을 두고 있다. 올해 MIT가 미국에서 주관하는 ‘MIT 스크래치 컨퍼런스’엔 미래인재연구소가 대표로 참석한다. 한선관 미래인재연구소 소장은 “코딩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창의 컴퓨팅 사고를 높이는 것”이라며 “이는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창의력을 기르게 도와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딩교육에 대한 관심은 1~2년전부터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정부 정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프트웨어 인재를 육성하는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데, 여기에 어린이를 위한 코딩 교육이 대거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속가능한 정책을 내놓지 않다고 지적하나,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학부모 인식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바뀐 게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 스크래치 수업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예전에는 로봇, 영어 같은 수업이 많았는데요. 요즘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정부 정책으로 방과 후 수업 테마가 바뀌고 있는 거죠. 물론 정부가 하는 정책에도 문제가 일부 있지만 분명 코딩 교육에 도화선을 마련해줬어요. 교사 연구단체나 교육대학이 노력하면서 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딩 교육 활성화의 전제 조건으로 교사 양성을 꼽는다. 아직은 수능이나 정식 교과로 채택하는 것이 이르다고 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선관 소장은 “스크래치, 아두이노는 생각보다 단순하기 때문에 집중 연수 과정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다”라며 “코딩 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 높아진다면, 학교에서 전국적으로 코딩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미래인재연구소는 창의적 컴퓨팅을 위해 다양한 하드웨어 교육 프그램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미래인재연구소에선 사물과 로봇을 소프트웨어로 조정할 수 학습법을 개발 중이다. 한선관 소장은 “코딩만 하거나 로봇 조립만으론 학생들이 지루해한다”라며 “코딩 교육은 소프트웨어로 실생활 물건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지 배우게 돕고, 물리 컴퓨팅 환경을 연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코딩 교육은 현재 경기도 지역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래인재연구소는 앞으로 전국에 있는 교육대학과 손잡고 다른 지역에서도 코딩 교육이 확대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또 사범대와 긴밀한 협력을 맺어 중등 코딩 교육과 초등 코딩 교육이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 이지연 기자
- * 사진_ 홍상돈, 이호영
- * 도움말_ 김현철(한국컴퓨터교육학회·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김용기(정보통신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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